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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깬다"··· 숙취해소음료 광고의 과거와 현재 [정재영의 식품의약 톺아보기]

2026.01.05

병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모든 독자 여러분께서도 올해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연초에는 새해를 기념하며 가까운 분들과 개인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술자리를 많이 갖게 되실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이런 술자리에서 빼먹을 수 없는 것이 속칭 '숙취해소음료'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작년 상·하반기에 걸쳐 숙취해소 효과 관련 실증을 완료한 품목들이 '숙취해소' 표시·광고를 할 수 있게 됐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허용되는 표시·광고에는 '술깨는', '술먹은 다음날' 등처럼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가 음주로 인한 증상·상태에 개선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숙취해소음료는 왜 이런 절차를 거쳐야 '숙취해소'와 관련한 표시·광고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배경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26년 전 헌재 결정에서 시작된 광고
우선 영업자는 식품 관련 표시·광고를 할 때 "제품에 함유된 영양성분이나 원재료가 신체조직과 기능의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할 수 없습니다(식품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그렇기 때문에 식품이 '숙취해소'와 관련이 있다는 표시·광고는 숙취 해소라는 기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오인될 수 있어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것입니다.

숙취해소 표시·광고가 오늘날과 같이 허용되기까지는 흥미로운 헌법재판소 결정이 하나 관련 있습니다. 유명한 숙취해소음료 '여명808'의 개발자는 1990년대 '숙취해소용 천연차 및 그 제조방법' 관한 특허를 받았습니다. 그는 해당 특허를 이용해 개발한 음료를 표시·광고할 때 '음주전후', '숙취해소' 표시를 할 수 없도록 한 규제는 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받는 것이라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음주전후·숙취해소라는 표시가 음주를 조장하게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식품에 숙취해소 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표시를 금지하면 숙취해소용 식품에 관한 정확한 정보 및 제품의 제공을 차단함으로써 숙취해소의 기회를 국민으로부터 박탈하게 된다"고도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또 숙취해소라는 표시가 특정 질병의 치료·예방 등을 직접적이고 주된 목적으로 하는 표시·광고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의약품과 혼동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헌법재판소 2000. 3. 30. 선고 99헌마143). 이같은 결정에 따라 식품에 숙취해소와 관련한 표시·광고가 허용되게 되었습니다.

광고의 '과학적 근거' 중요성 커져
1995년 541억 원 규모였던 숙취해소음료 관련 시장은 헌재 결정 이후인 2011년부터는 2000억원대를 넘었고, 2019년에는 2700억 원 규모에 달하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음료 형태를 넘어, 젤리나 환 형태 등으로 발전하며 복용 편의성도 높아져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식약처는 2020년부터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로 보지 아니하는 식품등의 기능성 표시 또는 광고에 관한 규정'(식약처 고시 제2020-129호)을 시행했습니다. 일정 요건, 즉 인체적용시험이나 인체적용시험 결과에 대한 정성적 문헌고찰(Systematic Review)을 통해 과학적 자료를 갖춘 경우에만 숙취해소와 관련한 기능성을 표시·광고할 수 있도록 정했습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기존 시장 관행을 고려해 일정한 유예·경과조치가 병행됐습니다. 2025년부터는 숙취해소 관련 표시·광고가 이루어지는 식품에 대해 식약처장이 실증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고, 영업자는 요청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실증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실증자료가 제출되면 식약처는 △인체적용시험 설계의 객관적 절차·방법 준수 △숙취해소 정도 설문 △혈중 알코올 분해 농도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농도 유의적 개선 등 여부를 살펴보고 전문가와 자료의 객관성 및 타당성을 판단합니다. 제출된 자료만으로 실증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면, 식약처장은 영업자에게 실증 자료를 제출할 때까지 표시·광고 행위를 중지하도록 명령할 수 있습니다.

작년 실증된 광고 105개
식약처는 이런 절차에 따라 2025년 상반기 89개 품목으로부터 숙취해소 관련 실증자료를 제출받았고, 이 중 80개 품목은 타당성을 인정했지만 9개 품목은 자료가 미흡하다고 판단되어 보완을 요구했습니다. 이 가운데 3개 품목은 2025년 하반기에 실증자료를 재제출하여 타당성이 인정됐습니다.

또한 2025년 하반기에는 24개 품목이 새롭게 실증자료를 제출했고, 이 중 22개 품목이 타당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현재까지 총 105개 품목이 숙취해소 표시·광고를 위한 실증을 갖춘 상태인 셈입니다.

숙취해소 관련 기능성 표시·광고 식품 시장은 2025년 기준 37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수요가 확대될수록 '숙취해소'라는 문구가 객관적 근거 위에서 사용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관련 표시·광고를 접하실 때, 그 뒤에 어떤 실증 체계가 작동하는지 한 번쯤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검증된 제품을 합리적으로 선택함으로써, 헌재가 2000년 결정에서 강조한 '숙취해소의 기회'도 함께 누려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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