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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강타한 임의제조 사태···GMP 인증 둘러싼 분쟁 [정재영의 식품의약 톺아보기]

2026.02.02

우리는 아플 때 치료제를 복용하고, 아프지 않을 때도 예방접종을 맞거나 영양제를 먹습니다. 치료제, 예방접종(주사), 영양제는 모두 의약품에 해당합니다. 의약품은 우리 곁에 항상 자리잡고 있고, 현대인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목입니다. 이처럼 우리에게 필수적인 의약품은 어떤 제도를 통해 안전하게 생산되도록 관리체계가 이뤄져 있을까요.

GMP가 뭐길래
의약품은 GMP, 즉 Good Manufacturing Practice(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를 준수하여 생산돼야 합니다. 약사법 제38조는 "의약품등의 제조업자 또는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은 자는 자가(自家)시험을 포함한 의약품등의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그 밖의 생산 관리에 관하여 총리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지켜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GMP란 의약품이나 의약외품 등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조소가 허가된 품질기준에 따라 의약품을 일관성 있게 생산·관리하도록 하는 체계입니다. 제조소의 환경, 제조시설, 인력, 문서, 제조 관리, 품질관리 기준 등을 포함합니다.

우리나라는 GMP 준수를 업계 자율에 맡겨 왔으나, 1990년대 법령 개정으로 의약품 제조허가를 위한 의무사항으로 도입했습니다. 이에 환자들은 GMP 제도를 신뢰해 국내에서 허가받아 생산된 의약품을 안심하고 복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2021년 제약업계를 강타한 모 제약사들의 의약품 임의제조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의 GMP 제도가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제약회사들이 허가에 맞게 의약품을 제조하여 판매하는 것인지, 환자들이 국내 생산된 의약품을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임의제조 사태', GMP 인증 취소제로 이어져
문제의 제약사들은 허가된 공정과 다르게 의약품을 제조하고 허가된 첨가물이 아닌 다른 첨가물을 임의로 사용했습니다. 제조기록서도 거짓 작성해 임의제조 사실을 철저하게 숨기려 했습니다. 식약처가 GMP 정기 감사를 했음에도 제약사의 위법 행위를 파악하지 못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제약업계의 만연한 임의제조 행태를 쉬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국회는 2022년경 약사법 개정을 통해 GMP 인증을 취소하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즉,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GMP 인증을 받은 경우는 물론, GMP 인증을 받은 뒤 반복적으로 GMP 관련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잘못 작성해 의약품을 판매한 경우에도 GMP 인증을 취소하도록 정한 것입니다.

GMP 인증은 제조소 단위·대단위 제형에 관해 이뤄지는 만큼 당시 업계에서는 인증이 취소될 경우 품목별 제재가 아닌 GMP 단위 제재가 이뤄져 불이익이 너무 크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또 GMP 관련 서류를 '반복'해 '거짓' 작성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겠냐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다만 2022년 12월경 GMP 인증 취소제도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모 업체가 GMP 관련 서류를 반복하여 거짓 작성했음이 밝혀졌습니다. 최근까지 8개 제약사가 취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법원서 연달아 고배 마신 제약사
다수 제약사는 취소 처분에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제약사들의 주요 논거는 '반복'이라는 의미가 불분명하단 점입니다. 또 GMP 인증을 대단위 제형 기준으로 취소할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단위로 취소해야 하고, 처분으로 인한 불이익이 너무 과중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현재까지 법원은 이와 같은 제약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반복'은 의약품 제조업자가 수차례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잘못 작성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된다는 논리입니다. 또 GMP 제도가 대단위 제형 기준으로 운영되어 왔고, 처분으로 인한 제약사들의 불이익보다는 GMP 인증 취소 제도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훨씬 크다고 봅니다.

특히, 광주지방법원은 의약품을 임의제조하고 GMP 관련 서류를 반복적으로 거짓 작성한 제약사의 행위로 "피해자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의약품의 복용을 통하여 원하는 효능·효과를 얻지 못하게 되는 것 역시 부작용에 포함되는바, 이로 인해 국민의 건강권이 침해될 우려가 발생하였음은 명백하다"고 부작용의 개념을 확인했습니다.

광주지법은 또 "개별 의약품 품목에 관한 제조·판매 업무정지 등 기존 제재를 통해서는 GMP 준수의 계도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판단하에 GMP 적합판정 자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인 약사법 제38조의3 제3항이 마련된 것"이라 했습니다.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의 공익상 필요가 매우 중대하다는 판단입니다(광주지방법원 2025. 2. 13. 선고 2024구합11488 판결).

'국민 건강권' GMP, 엄격히 준수해야
제약사들의 의약품 임의제조와 GMP 서류를 거짓 작성은 의약품에 예상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원인을 찾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의약품이 어떻게 제조됐는지, 어떤 원료가 허가와 다르게 사용한 것인지 확인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약품의 관리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GMP는 엄격하게 준수될 필요가 있고, 이는 국민들의 건강권과도 직결됩니다. 글로벌 환경에서 제약사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근간이기도 합니다. 법원의 엄중한 판단과 업계의 인식 개선을 통해 GMP 제도가 본래의 목적을 충실히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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